업무 전화가 중국어의 최종 보스인 이유
받아中 · 2026년 4월 17일 · 2분 읽기

중국어 좀 한다는 사람도 중국 거래처 전화가 울리면 잠깐 멈칫해요. 메신저로는 술술 쓰는 사람이 전화만 오면 옆자리에 눈짓을 보내요. 한자를 아니까 읽고 쓰는 쪽은 어떻게든 되는데 전화는 유독 안 되는 거예요. 왜 그런지 보면 회화 연습을 어디서 해야 하는지도 같이 보여요.
전화가 어려운 건 문장이 어려워서가 아니에요. 기댈 데가 하나도 없어서예요.
만나서 얘기하면 표정과 손짓이 있어요. 못 알아들어도 상대 얼굴을 보면 절반은 짐작이 돼요. 화상 통화에는 화면과 채팅창이 있어요. 메신저에는 시간이 있어서 세 번 고쳐 쓸 수 있고요. 전화에는 소리밖에 없어요. 그것도 지나가 버리는 소리요. 놓친 낱말을 눈치로 메울 길이 없고 문장을 다듬을 3분도 없어요.
중국어 전화에는 성조가 하나 더 얹혀요. 얼굴을 보고 있으면 표정과 문맥이 흔들린 높낮이를 메워 주는데 전화에서는 소리 하나로 낱말을 갈라야 하니까요.
숫자와 이름에서 특히 많이 틀려요. 1과 7은 중국어로 一와 七라서 전화로는 헷갈리기 쉬워요.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전화번호나 방 번호를 불러 줄 때 1을 幺라고 읽어요. 중국 사람들도 전화로 듣는 숫자는 못 믿는 거예요. 전화란 원래 그런 물건이에요.
그런데 전화가 제일 어렵다는 사실을 뒤집으면 얘기가 달라져요.
제일 어려운 자리가 제일 좋은 연습장이에요. 소리 하나로 20분을 주고받는 힘이 생기면 얼굴을 보고 하는 대화나 화면을 같이 보는 화상 회의는 오히려 쉬워져요. 저는 전화로 회화를 몇 년 하고 나서 화상 회의가 편해졌는데 회의 실력이 는 게 아니라 회의가 쉬워 보이게 된 거였어요. 기준점이 옮겨진 거죠.
그래서 업무 전화가 무서운 분께 드리는 제안은 좀 역설적이에요. 전화를 피하지 말고 틀려도 아무 손해가 없는 전화부터 받아 보세요. 못 알아들으면 다시 물어보면 되고 침묵이 3초 흘러도 거래가 깨지지 않는 전화요.
거래처 전화는 실전이라 연습이 안 돼요. 실전에서 처음 겪는 것과 백 번 겪어 보고 가는 건 달라요.


